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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주르 오페라

faafoonoo 2024. 2. 12. 06:42


악기의 소리만으로 감동을 주는 기악도 참 좋지만(내가 산 대부분의 클래식 음반은 기악곡을 담고 있다.) 사람의 목소리가 그리울 때가 있다. 특히 오페라곡은 장면을 떠올리며내가 이야기 속의 한 인물이 된다면 어떨까 심취하며 듣기도 한다.오페라의 장점이라면 화려한 무대와 흥미로운 이야기, 아름다운 노래 이 모두를 갖췄다는 것이 아닐까.때로는 막장드라마의 공식처럼 통속적이고 때로는 아름답고 비극적인 이 이야기들. 오페라를 만들기 위해서는 반드시 필요한 이 이야기들은 어디에서 온 것일까? 이 책은 오페라의 줄거리를 어디에서 가져왔는가? 라는 질문에 대답을 해 줄 책이다. 제목에서도 알 수 있는 것처럼 저자는 프랑스 문학작품을 가지고 만든 오페라를 스무편 가량 소개한다. 전반부 약 10개의 작품은 워낙 친숙한 작품이어서 줄거리와 아리아들을 떠올리며 쉽게 읽을 수 있었다. 라 트라비아타, 리골레토, 피가로의 결혼, 라 보엠, 세비야의 이발사, 카르멘, 토스카, 마농 레스코까지. 이 작품들의 줄거리가 다 프랑스 문학작품에서 왔다니 신기하기도 했다. 특히 빅토르 위고의 작품이 이렇게 많이 오페라로 만들어졌는지는 미처 몰랐기에 새삼 빅토르 위고가 대단한 작가임을 느끼게 되었다. (오페라로도 살아남은 빅토르 위고여, 그대가 위너!) 음악만을 소개하는 것이 아니라, 음악이 담고있는 이야기와 배경을 알려준다는 점에서 참 흥미롭게 이 책을 읽어나갈 수 있었다. 가장 재미있게 읽은 부분은 세비야의 이발사와 피가로의 결혼이었다. 이야기 자체도 재기발랄하면서 시대상을 잘 담고 있는 작품이기 때문이다. 또 내가 사랑하는 아리아들이 많이 나오는 토스카 (노래에 살고 사랑에 살고, 별은 빛나건만은 언제 들어도 눈물나게 아름답고 절절한 노래다.)와 희극과 비극이 뒤엉켜 더 결말이 씁쓸하게 다가왔던 리골레토도 흥미롭게 보았다.후반부에는 아직 들어보지 않은 작품이 많았다. 물론 그 작품들 또한 훌륭한 작품들이고 대중적으로 인기있지 않은 작품들도 새롭게 발굴하여 알리는 것이 좋은 일임은 알지만 들어본 적 없는 오페라의 줄거리를 먼저 보자니 아무래도 조금 집중력이 떨어졌다. 펠리아스와 멜리장드, 에르나니, 시라노, 캉디드 등,, 새삼 내 무지를 깨닫게 해주는 셀렉션들이다. 그래도 제목만 들어보았던 작품들을 조금 더 깊이 알 수 있게 되어 반가웠다. 또한 음반과 영상물 모두를 추천해주어서 앞으로 오페라 CD를 살 때 참고가 많이 될 것 같다.지금까지 읽은 대부분의 책에서는 오페라의 줄거리가 최대한 축약되어 있었다. 이 책을 통해 오페라가 담고있는 이야기의 힘을 느끼게 되면서 앞으로는 음악만이 아니라 이야기에 집중하면서 오페라를 감상할수도 있겠구나 생각이 들었다. 이야기, 그리고 음악이라는 두 개의 강력한 무기를 가진 오페라여, 영원하라.
문학의 샘에서 태어난 오페라 명작 이야기
빅토르 위고가 없다면 베르디도 없다?!
라 트라비아타 에서 푸른수염 공작의 성 까지
프랑스 문학의 창으로 본 오페라

클래식 음악 전문 기자가 천착한
오페라 원작의 속살

빅토르 위고의 희곡이 없었다면 베르디 오페라 리골레토 가 태어날 수 있었을까? 장 라신의 작품이 없었다면 모차르트 오페라 미트리다테 가 무대에 오를 수 있었을까?

국내 일간지 기자로서 오랫동안 클래식 음악 현장을 누비며 이미 5권의 클래식 저서를 출간한 지은이는 이 책에서 위의 물음에 대한 흥미로운 답을 들려준다. 지금까지의 오페라 해설서가 작곡가의 창작 배경과 작품 줄거리, 주요 아리아 등의 순으로 구성돼 오페라에서 시작해 음반에서 끝났다면, 봉주르 오페라 는 원작인 문학에서 출발해 오페라에서 끝나는 방식을 취한다. 즉 ‘오페라 그 이후’가 아니라 ‘오페라 그 이전’인 문학의 샘으로 거슬러 올라가 오페라의 원작이 된 프랑스 문학작품 스무 편의 속살을 살피며, 각 작품이 음악의 옷을 입고 오페라로 탄생된 과정을 집중 조명한다. 그것은 오페라 명작 가운데 대다수가 프랑스 문학을 바탕으로 하며, 문학이 오페라에 결정적 영감을 제공한 덕분이다. 이를테면 베르디의 〈라트라비아타〉는 뒤마 피스의 춘희椿姬 를, 버르토크의 〈푸른 수염 공작의 성〉은 샤를 페로의 동화 푸른 수염 을 원작으로 한다. 이뿐 아니라 모차르트와 로시니, 푸치니 등 오페라의 거장들 역시 다른 곡의 작곡을 제쳐놓고 오직 그 작품에 빠져든 나름의 사연이 있었으며, 불문학에서 자신의 음악적 영감을 찾았다.

봉주르 오페라 의 출간 배경 또한 흥미롭다. 평생에 한 번 기자들에게 주어지는 해외연수를 프랑스로 가게 된 지은이는 현지에서 문학작품을 통해 언어를 배우며, 프랑스 문학이 오페라로 가득하다는 깨달음과 함께 문학의 매력에 푹 빠진다. 귀국한 뒤에도 오페라의 원작이 된 불문학 작품을 모두 원어로 읽으며 문학과 오페라의 만남에 대한 글을 구상했고 이 책은 그러한 4년간의 시간을 바탕으로 한 지은이의 결실이다. 네이버 캐스트 연재 당시에도 인기를 누린 이 글들은 연재를 마친 뒤 내용(오페라 줄거리와 추천 음반, 추천 영상)을 보태고 도판을 손질해 단행본으로 재탄생했다.


책머리에

1.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의 후일담
뒤마 피스의 소설 동백꽃 여인 +베르디의 오페라 〈라 트라비아타〉

2. 아버지의 웃음에는 눈물이 어려 있다
빅토르 위고의 희곡 환락의 왕 +베르디의 오페라 〈리골레토〉

3. 예술이 혁명을 예고하는 순간
피에르 보마르셰의 희곡 피가로의 결혼 +모차르트의 오페라 〈피가로의 결혼〉

4. 누군들 빛나는 청춘이 없었으랴
앙리 뮈르제의 소설 보헤미안의 생활 정경 +푸치니의 오페라 〈라 보엠〉

5. 불온한 탈주자의 오페라
메리메의 소설 카르멘 +비제의 오페라 〈카르멘〉

6. 언젠가 사랑은 변하게 마련이라고 해도
보마르셰의 희곡 세비야의 이발사 +로시니의 오페라 〈세비야의 이발사〉

7. 오페라의 ‘타락 남녀’
아베 프레보의 소설 기사 데 그리외와 마농 레스코의 이야기 +마스네의 오페라 〈마농〉·푸치니의 오페라 〈마농 레스코〉

8. 노래에 살고 사랑에 살고
빅토리앙 사르두의 희곡 토스카 +푸치니의 오페라 〈토스카〉

9. 멜리장드의 창문으로 들어온 현대음악
마테를링크의 희곡 펠레아스와 멜리장드 +드뷔시의 오페라 〈펠레아스와 멜리장드〉

10. 프랑스 낭만주의 연극이 탄생하던 날
빅토르 위고의 희곡 에르나니 +베르디의 오페라 〈에르나니〉

11. 악녀 속에 감춰진 어머니의 피눈물
빅토르 위고의 희곡 루크레치아 보르자 +도니체티의 오페라 〈루크레치아 보르자〉

12. 계모와 양아들, 금기를 넘어선 사랑
에우리피데스의 희곡 히폴리투스 , 세네카 희곡 페드라 , 라신의 희곡 페드르 +장 필립 라모의 오페라 〈이폴리트와 아리시〉

13. 왜 죄 없는 자가 고통 받는가
볼테르의 소설 캉디드 혹은 낙관주의 +레너드 번스타인의 오페레타 〈캉디드〉

14. 사랑의 기억에 갇히는 건 우리 자신
샤를 페로의 동화 푸른 수염 +벨라 버르토크의 오페라 〈푸른 수염 공작의 성〉

15. 모든 것을 잃은 여인의 아리아
빅토르 위고의 희곡 앙젤로, 파도바의 폭군 +폰키엘리의 오페라 〈라 조콘다〉

16. 영웅의 숨은 얼굴
코르네유의 희곡 르 시드 +마스네의 오페라 〈르 시드〉

17. 가장 위대한 법칙은 관객을 즐겁게 하는 것
몰리에르의 희곡 평민 귀족 +슈트라우스의 오페라 〈낙소스 섬의 아리아드네〉

18. 로마 제국의 가장 위대한 적
라신의 희곡 미트리다트 +모차르트의 오페라 〈미트리다테〉

19. 오페라로 환생한 프랑스혁명의 시인
시인 앙드레 셰니에+조르다노의 오페라 〈안드레아 셰니에〉

20. 낭만적 사랑의 화신이 된 코주부
로스탕의 희곡 시라노 드 베르주라크 +프랑코 알파노의 오페라 〈시라노 드 베르주라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