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터 옆 습지에는 야생 오리들이 많다. 청둥오리 쇠오리 미국오리 넓적부리 등 종류도 다양하다. 가장 많은 오리는 단연 흰뺨검둥오리다. 3년 전 어느 봄날, 새끼 열한 마리를 꽁무니에 한 줄로 달고 물 위를 쏜살같이 미끄러져 가던 어미 흰뺨검둥오리를 봤다. 얼마나 자태가 아름답던지 그날 뒤로 다시 한 번 새끼를 꽁무니에 달고 물 위를 미끄러져 가는 흰뺨검둥오리를 보고 싶어 자주 습지로 나갔다. 그러나 새끼를 달고 다니는 아름다운 자태를 자주 볼 수는 없었다. 그도 그럴 것이 새끼를 열한 마리나 꽁무니에 달고 다니는 것은 너무 위험한 일이다. 행여 천적이 공격을 할라치면 방어하기가 너무 어렵기 때문이다. 야생은 전쟁터와 다름없지 않은가. 그러니 은폐와 엄폐는 야생 오리에게 너무나 익숙하다. 새끼 오리는 어미의 철저한 보호를 받는다. 그러니 사람 눈에 쉽게 띄지 않는다. 여기, 새끼 오리를 키운 사람이 있다. 인연은 알에서부터 시작된다. 어미한테 버림받은 알을 인공 부화기에 넣어 깨어나게 했다. 새끼 오리를 어미 오리한테 보내주었는데 어미 오리는 새끼 오리를 알지 못한다. 적으로 생각하여 심하게 공격하기까지 한다. 선생은 어미한테 버림받고 돌봐줄 사람 없는 새끼 오리를 입양한다. 삑삑이와 함께 무려 240일 동안 함께 산다. 100일 잔치를 하고, 팍팍한 거실 바닥에 자주 착륙하여 절룩거리는 삑삑이를 병원에 데려가 치료하기도 한다. 동안 동네 사람들의 원망을 듣기도 하고, 때로 식구들의 지청구를 듣기도 한다. 선생은 한결같은 마음으로 삑삑이와 행복한 시간을 보낸다. 덕분에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받기도 한다. 그러나 야생 오리는 야생에서 살아야 한다. 그것을 누구보다 잘 아는 선생은 마침내 삑삑이를 야생으로 돌려보낸다. 책은 선생이 240일 동안 삑삑이와 함께한 사실을 기초로 하여 일부 창작을 곁들인 결과물이다. 삑삑이와 함께한 이야기는 몇 가지 감동이 함께한다. 먼저, 삑삑이를 입양했다는 점이다. 새를 좋아하는 사람은 새를 가까이 보고 싶어 한다. 새 사진을 찍는 사람들 중 일부는 새 사진을 찍기 위해 먹이를 주며 새를 가깝게 불러들인다. 일부러 새를 날리기도 한다. 그러한 사람들에게는 새가 중심이 아니라 사진이 중심이다. 새를 관찰하기 위해 기르는 사람도 있다. 그러한 사람들 또한 새가 중심이 아니라 연구가 중심이다. 그러나 선생은 그들과 다르다. 언제나 새가 중심이다. 진짜 새를 사랑한다. 야생은 야생에서 살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삑삑이 입양도 할 수 없이 선택한 것이다. 새끼 오리가 어미한테서 버림받고 돌볼 사람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러기에 선생이 삑삑이를 야생으로 날려 보낸 것은 자연스럽고 감동적이다. ‘이제 떠날 때가 되었나 봐요.’ 삑삑이는 혼자 중얼거렸다. 눈가에는 눈물이 가득 고여 있었다. 꾸에에에 도착하자 개천오리와 대장 오리가 반갑게 맞이해 주었다. 겨울 철새 오리들은 가볍게 비행을 하며 북쪽 여행 채비를 하고 있었다. 삑삑이는 오리들이 몰려 있는 꾸에에에 내려앉았다. 태어나서 처음으로 깊은 물에 내려앉은 것이었다. 그 기쁨과 흥분은 뭐라 표현할 수 없었다. 삑삑이는 집을 떠난 지 일주일 만에 구아 아저씨 집을 찾았다. 멀리서 내려다보니 아저씨가 놀이터 앞에 있었다. 삑삑이는 고도를 낮춰 내려가다가 다시 올라왔다. 아저씨가 삑삑이를 알아보고 손을 흔드는 모습이 보였다. 하지만 삑삑이는 아파트로 내려가지 않았다. 삑삑이는 꾸에에로 향했다. 진정한 자신을 되찾은 곳으로. (108-109쪽) 선생만 삑삑이를 사랑한 것은 아니다. 삑삑이를 인공 부화기에서 키울 수 있도록 한 학교 교장 선생님. 교장 선생님은 학생들에게 삑삑이가 나는 모습을 보여주려고 선생과 삑삑이를 초대하기도 한다. 전교생들이 지켜보는 사운데 삑삑이는 멋진 비행을 보여준다. 선생이 사는 아파트 아이들도 삑삑이를 사랑한다. 그리고 삑삑이가 아기한테 달려들어서 울렸다는 누명을 쓰고 있을 때 그것을 적극 해명하게 해준 경비 아저씨. 경비 아저씨는 CCTV 카메라 영상을 확인해 삑삑이가 아기를 울리지 않았다는 것을 밝혀낸다. 동네 사람들한테 적극 알려 누명을 완전히 벗긴다. 이와 같이 야생 오리가 선생과 살아가는 데에는 여러 사람의 도움과 사랑이 함께했다. 그러나 그 중심에 선생의 지극한 사랑이 있었다는 것은 분명하다. 앞으로도 선생의 새 사랑은 이어질 터, 어떤 새 이야기로 독자를 찾아올지 기대 만발이다.
푸른 숲을 덮어 버린 회색 숲의 비극요즘 자주 들려오는 뉴스나 TV 프로그램 중 하나가 보금자리를 잃은 새들이 둥지 틀 곳을 찾지 못하고 아파트 베란다나 에어컨 실외기 옆에 둥지를 틀고 새끼를 낳아 키운다는 이야기다. 신기한 듯 보도되며 간혹 황조롱이처럼 보호종의 경우 보호단체에 연락을 해 돌려보내기도 한다. 인간의 편이를 위해 깨끗하게 밀어버리고 고층아파트를 세웠건만, 몇 년간 둥지를 틀고 새끼를 키웠던 장소를 잊지 않고 찾았던 수많은 새들. 그들은 기어이 포근한 나뭇잎과 따뜻한 나무둥지는 아니지만 궁여지책으로 아파트 한켠에 둥지를 틀고 새끼를 키워 살아가고 있다. 이렇게 원래 주인의 자리를 차지한 우리는 그들이 찾아왔을 때 과연 어떻게 해야 할까? 불쌍하니 애완동물 삼아 먹이도 주고 씻기고 집 안에서 키우며 사랑을 주는 것이 최선일까? 유기견이나 길고양이와는 달리 야생의 동물을 입양해서 키우는 것은 쉬운 일도 아니고, 야생의 습성을 잃게 만드는 것은 그보다 더 잔인한 일이다. 날아라, 삑삑아! 는 실화이다. 회색도시 한켠에 자리잡은 물오리들의 천국 벼랑연못에서 어미에게 버림받고 갈 곳 없는 흰뺨검둥오리를 입양해 야생성을 잃지 않도록 해 자연으로 돌려보내기까지의 1년 남짓의 기록이다. 이 작품을 통해 우리는 어미 잃은 새, 길 잃은 고양이, 버려진 강아지를 불쌍하니까 데려와서 잘 키우면 되지 뭐, 라는 생각을 다시 한 번 고민해 보게 한다. 동물을 입양하는 사람들의 마음가짐과 자연으로 다시 돌려보내기 위한 사람들의 노력에 대해 생생하게 접하며 그래야 하는 이유 또한 뼈저리게 느낄 것이다.
글쓴이의 말
_풍부한 감정과 이해, 소통, 사람과 다르지 않아요!
하나 … 벼랑연못의 비밀
둘 … 침입자들
셋 … 세상 구경
넷 … 입양
다섯 … 첫 비행
여섯 … 누명
일곱 … 낯선 세상
여덟 … 위험한 초대
아홉 … 다시 찾은 꾸에에
열 … 이별
삑삑이의 육아 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