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쁜 그림체는 아닌데도 표지 삽화가 제일 먼저 눈길을 끄는 동화책이었습니다. 별숲가족동화 시리즈 《기적을 불러온 타자기》는 초등고학년을 대상으로 한 동화책입니다. 헌데 제법 큰 글자체와 그림들로 수록되어 있어 초등전학년이 읽기에도 무리가 없어 보이네요. 요즘 우리 아이들은 타자기를 본 적이 없을지도 모르겠습니다. 다소 투박한 모양이지만 글자를 찍어내는 탁탁탁 소리가 나름 경쾌했었지요. 이 동화책의 주인공 복자씨는 저와 닮은 부분이 있는거 같아서 정감이 갑니다. 우리 아이들은 잘 알지 못하는 복자씨의 삶일지도 모르겠으나, 기적을 만드는 법을 알기에는 충분하지 않을까 싶네요. 복자 씨는 강원도 아주 깊은 산골 마을에서 태어나 가난한 살림이지만 온가족이 함께 오순도순 꽤 행복한 어린 시절을 보냈습니다. 딸 둘, 아들 둘의 맏이었던 복자씨는 공부 잘하는 남동생 창근이의 뒷바라지를 위해 아버지의 말씀에 따라 상업고등학교에 입학했지요. 주판을 놓는 것도, 공책에 대차 대조표를 적어 넣는 상업 부기 시간도 좋았지만 복자 씨가 가자 기다리는 시간은 타자 수업이었어요. 활자가 달린 카느다란 글쇠가 먹지에 닿으면서 내는 소리가 종달새 소리만큼 명량하게 들렸지요. 유난히 부끄럼을 많이 타고 말수가 적은 복자 씨는 졸업하기 전에 직장을 얻어 부모님을 돕고 싶다는 꿈을 꾸었습니다. 그래서 졸업하기 전에 주산 1급, 타자 1급, 부기 2급 자격증을 땄지요. 복자 씨는 해마다 두 명만 뽑는 농협에 들어가기를 소망했지만 맘처럼 쉽지가 않았어요. 얼핏 보면 표 나지 않을 정도로 감쪽같은 짝다리 때문은 아닐꺼라 믿고 싶었지만 겨울로 접어들면서 반 아이들의 절반이 취직할 때까지 복자 씨는 취직이 안되었어요. 졸업식을 얼마 앞두고 자식들만은 자기처럼 살게 할 수없다는 아버지의 뜻에 따라 복자 씨네는 서울로 이사하게 되었고 얼마 후 복자 씨는 서울에서 손꼽히는 큰 봉제 공장에 취직하게 되었습니다. 타자기 대신 재봉틀 앞에 앉게 되었지만 복자 씨는 희망을 잃지 않았고 머지않아 타이피스트로 일할 수 있는 기회가 올 거라고 믿었지요. 열심히 미싱 일을 배우면 몇 년 후에 다른 사람들처럼 자신의 이름이 박힌 재봉틀을 갖게 되고, 백화점에서 팔리는 옷을 만드는 것도 근사한 일이라는 생각도 들었지만, 타이피스트가 되고 싶은 꿈이 멀어질 거 같아 더 열심히 타자 연습을 해야겠다고 마음 먹었지요. 간절히 원하면 꿈이 이루어진다는 말을 믿으니까요. (본문 31p) 그러다 공장장님을 도와 인쇄소를 대신 가게 되고, 바쁜 인쇄소를 도와 일하게 되면서 복자 씨는 빠르고 정확하게 글자를 찍도록 엉망진창인 원고를 깨끗하게 타이핑하는 일을 맡아 식잣집 사무실로 자리를 옮기게 되고 몇 년 후 사장님의 소개로 출판사 편집부에 들어가게 됩니다. 복자 씨는 자신이 타이핑한 원고가 두툼한 책으로 나오는 것이 매번 신기했지요. 그러다 인기 씨를 만나게 되어 결혼을 하게 되지요. 넓은 아파트도 자가용도 없고, 해외여행을 다닐 만큼 풍족하지 않았지만 복자 씨와 인기 씨는 행복했어요. 퇴근길에 집 근처 도서관에 들러 책을 빌리고, 아침에 일어나 제일 먼저 하는 일도 침대맡에 놓인 책을 펼칠만큼 복자 씨는 책 읽는 걸 좋아햇어요. 그러다 도서관에서 안내문을 보고 복자 씨는 시각 장애인을 위한 타이핑 봉사를 하게 되지요. 그렇게 세월이 흘렀고 인기 씨는 병으로 세상을 떠나면서 복자 씨는 무엇을 해야겠다는 의지도, 무엇을 하고 싶다는 열망도 기대도 없이 시간이 지나갔습니다. 그리고 반 년이 훨씬 지난 어느 날 큰빛맹학교에 다니는 초등 6학년인 열다섯 살의 찬민이의 전화를 받으면서 새로운 꿈을 갖게 됩니다. 살아 있다는 건 기쁜 일이야. 가끔 기적이 일어나기도 하고 말이야. 어쩌면 기적은 오래전부터 복자 씨 주위를 서성이고 있었던 건지도 몰라요. (본문 108p) 우리는 늘 기적을 바라고 있습니다. 복자 씨의 삶을 가만히 들여다 보면 기적이라는 건 열심히 살아가는 것에서 비롯되는 듯 합니다. 타이피스트가 되기 위해 열심히 노력했던 복자 씨처럼 말입니다. 꾸준히 노력하면 기적은 저절로 따라오는 것이었지요. 어떤 기적이 일어나길 바란다면 긍정적인 마음으로 늘 꿈을 향해 최선을 다해보세요. 기적은 바로 우리 옆에 있으니까요. (이미지출처: 기적을 불러온 타자기 본문에서 발췌)
여러분은 살면서 어떤 기적이 일어나길 바라나요? 자고 일어났더니 키가 10센티미터 자란 일, 할아버지가 억만장자라는 사실이 뒤늦게 밝혀진 일, 좋아하는 아이돌 오빠에게서 러브레터를 받는 일, 숙제와 귀찮은 일을 대신 해 주는 로봇이 생긴 일 등등 기적이 찾아오길 바라지만, 이런 기적들은 꿈속에서나 가능할 뿐 현실에서 거의 일어나지 않지요. 혹시라도 이런 기적이 일어난들 한순간의 즐거움만 있을 뿐이지요. 윤혜숙 작가가 쓴 기적을 불러온 타자기 는 어느 날 갑자기 찾아온 한순간의 기적이 아닌, 삶을 아름답고 멋지게 만들어 주는 진짜 기적이 어떤 것인가를 재미있는 이야기로 풀어낸 창작동화책이에요. 진짜 기적은 그냥 바라고 기다리면 오는 게 아니라, 자신의 꿈을 향해 꾸준히 노력하면 그 노력이 쌓이고 모여서 이루어지는 것임을 이야기하고 있어요. 하루하루를 알차게 가꾸어 나가다 보면 어느덧 여러분의 삶에도 분명 기적이 일어나 있을 거예요. 이 책의 주인공 복자 씨처럼 말이지요. 그렇다면 복자 씨의 삶에 어떤 기적들이 일어났는지 함께 들여다볼까요?